# 본 내용은 참고 용도로만 활용하시되, 정확한 정보는 관련 기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한국은행
시장의 한계
시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욕구와 목표를 가지고 경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 남대문시장이나 부산 자갈치시장에 가보면 누구나 그곳에서 벌어지는 경제활동이 매우 무질서해 보이고 번잡스럽다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이러한 경제활동이 누군가의 지시나 강요를 받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질서와 조화를 이룬다는 것입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다양한 상품들의 수요와 공급이 적절히 조절되는 질서, 그리고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사이의 서로 다른 이해가 적당히 절충되는 조화가 때로는 신비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질서와 조화를 연출하는 그 무엇인가가 시장에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 앞에서 이야기 하였듯이 아담 스미스(A. Smith)는 그것을‘보이지 않는 손’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은 바로 시장경제에서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하는 가격기구를 뜻합니다. 그러나 시장여건의 불완전성이나 재화와 서비스의 특성 등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여 자원의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이를 시장실패(market failure)*라고 합니다.
*시장실패: 시장여건의 불완전성 또는 재화와 서비스의 특성 등으로 자원의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
시장실패의 원인
시장실패는 불완전한 경쟁, 외부효과, 공공재, 정보의 비대칭(asymmetric information) 등이 존재하는 경우 일어납니다. 먼저 시장이 독점이나 과점 기업에 의해 지배되는 불완전한 경쟁 상태에 있게 되면 시장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기 어렵습니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독과점시장에서는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이 상품의 가격과 수량을 마음대로 정하기 쉽습니
다.
*시장지배력: 한 사람 또는 소수의 사람들이 시장가격이나 생산량에 대해 임의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
정보의 비대칭성
시장에서 거래의 당사자인 쌍방 간에 상호작용에 필요한 정보량에 차이가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은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불가능하게 하며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등의 문제를 낳는 것입니다. 역선택은 중고차시장의 경우와 같이 판매자가 파는 물건의 속성에 대해 구매자보다 정보가 많을 때 생기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품질이 낮은 물건을 시장에 아예 내놓지 않게 되거나, 구매자가 좋지 않은 물건을 비싸게 사게 됩니다.
노동시장이나 보험시장에서도 역선택이 문제가 되는데, 노동시장의 경우 기업이 근로자의 생산성을 잘 알 수 없어 시장균형이 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인 상태가 될 수 있으며 보험시장의 경우에는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낮은 사람들은 보험조건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아예 보험에 가입하지 않게 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도덕적 해이는 대리인이 사용자를 위해 어떤 임무를 수행할 때 발생하는 문제로, 대리인의 부적절하거나 비도적적인 행위에 따른 위험을 지칭합니다.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후 안전운전을 소홀히 하거나, 국민건강보험이 잘 되어 있다고 해서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병원에 자주 가는 것 등은 도덕적 해이의 예입니다.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자는 대리인이 보다 성실하게 행동하도록 인센티브를 지급하거나 감시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합니다.
어느 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그 기업은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하여 가능하면 높은 가격에 적은 공급량을 유지하려 할 것입니다. 시장을 몇 개의 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과점시장의 경우에도 기업들이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담합*을 하면 비슷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독과점시장에서는 수많은 기업들이 경쟁할 때에 비해 상품의 가격은 높아지는 반면 공급량은 줄어들게 됩니다. 또한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거래 상대방에게 불리한 거래를 강요하는 행위도 독과점시장에서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시장 참가자들의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는 이러한 행위들은 결국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배분하게 됩니다.
*담합(부당공동행위): 사업자가 상호간의 경쟁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가격을 정하거나 인상하고,
시장을 분할하기도 하며, 출고를 조절하는 등의 내용으로 협의하여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독점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경제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효과(external effects)*도 시장실패를 야기합니다. 어떤 경제주체의 행위가 본인 의도와 관계없이 다른 경제주체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이에 대해 어떠한 대가를 요구하거나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 외부효과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외부효과에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있습니다. 자동차의 배기가스나 소음, 공장의 매연이나 폐수 등이 부정적 외부효과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새로운 첨단기술 개발, 꽃길 가꾸기 등은 긍정적 외부효과를 발생시킵니다.
*외부효과: 어떤 경제주체가 생산 또는 소비활동을 할 때 아무런 대가 없이 다른 경제주체에게 손해 또는 혜택을 주는 것을 말함
외부효과
어떤 경제주체의 행위가 본인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다른 경제주체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발생시키지만 그 영향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을 말합니다. 외부효과(externality)는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로 구분됩니다. 부정적 외부효과(negative externality)는 자동차의 배기가스나 소음, 공장의 매연이나 폐수 등과 같이 제3자의 경제적 후생수준을 낮추는 외부효과로 외부불경제(external diseconomy) 라고도 합니다. 반면 교육에 따른 편익, 신기술의 개발에 따른 파급효과 등과 같이 제3자에
게 이득을 주는 외부효과를 긍정적 외부효과(positive externality) 또는 외부경제(external economy)라고 합니다. 외부효과가 생기면 이에 대한 대가나 비용을 시장에서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해로운 외부효과를 만들어 내는 개인이나 기업은 굳이 외부효과를 줄이려 하지 않게 되며, 이로운 외부효과를 만들어내는 개인이나 기업도 굳이 외부효과를 많이 만들어 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돼 외부효과를 시장에만 맡겨놓을 경우 전체적인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으로 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외부효과에 대하여 우리는 어떠한 대가를 요구하거나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부정적 외부효과를 만들어 내는 개인이나 기업은 굳이 외부효과를 줄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긍정적 외부효과를 가져다주는 개인이나 기업도 굳이 외부효과를 많이 만들어낼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시장기구에 전적으로 맡겨 놓을 경우 부정적 외부효과는 필요 이상으로 많이, 긍정적 외부효과는 적정 양보다 적게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외부효과가 있는 경우 자원은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것입니다.
공공재의 존재 역시 시장실패를 초래합니다. 공공재는 어떤 사람이 먼저 소비하면 다른 사람이 소비할 수 없는 사용재(私用財)와 달리 여러 사람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으며 어떤 특정인이 소비하지 못하도록 막기 어렵습니다. 국방, 치안, 외교, 소방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이러한 공공재의 특성은 무임승차자 문제(free-rider problem)*를 일으킵니다. 무임승
차자 문제란 사람들이 어떤 재화와 서비스의 소비를 통해 혜택을 얻지만 이에 대해 아무런 비용도 부담하지 않으려는 데서 생기는 문제를 말합니다. 공공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기 때문에 반드시 생산되어야 합니다.
*무임승차자 문제: 사람들이 어떤 재화와 서비스의 소비를 통해 혜택을 얻지만 이에 대해 아무런 비용도 부담하지 않으려는 데서 생기는 문제
그러나 공공재의 생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도 일단 생산되면 사람들은 아무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소비하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공공재의 생산을 시장기능에 맡겨 놓을 경우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공공재를 생산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공공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생산되지 않거나 생산되어도 사회적으로 필요한 양에 훨씬 미치
지 못할 것입니다.
정보의 비대칭도 시장실패의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두 거래 당사자 둘 중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 비해 더 좋고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등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게 되면 시장 거래가 위축되기 때문입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공공재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Belling the Cat)는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쥐들이 고양이 때문에 늘 위험을 느끼자 어떻게 하면 거기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갑론을박을 하던 중 젊은 쥐 한 마리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매달아 두면 그 방울소리를 듣고 고양이가 오는 것을 미리 알 수 있어서 쉽게 도망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쥐들은 모두 좋은 의견이라고 기뻐하였으나 한 늙은 쥐가“누가 고양이 목에다 방울을 달아 놓을 수 있겠는가”하고 물었더니 서로 쳐다보기만 할 뿐 대답하는 쥐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만약 쥐들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가정하면 누가 나서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게 될까요? 아마 쥐들의 정부가 없고 쥐들이 합리적인 시장참여자라면 자발적으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는 힘들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는 전형적인 공공재(public goods)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공공재는 비경합성(non-rivalry)과 배제불가능성(non-excludability)의 속성을 가진 재화나 서비스를 말합니다.
비경합성은 한 사람이 어떤 물건을 이용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이용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는 성질을 말합니다. 어느 한 사람이 가로등 불빛을 이용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그 불빛을 이용하는 것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느 쥐가 고양이 목의 방울소리를 듣는다고 해서 다른 쥐가 그 소리를 들음으로써 얻는 편익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배제불가능성은 어떤 물건을 다른 사람이 이용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가로등은 길을 지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므로 특정한 사람이 가로등 불빛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일단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 나면 고양이가 움직일 때마다 울리는 방울소리를 특정한 쥐만 골라서 못 듣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는 비경합성과 배제불가능성이라는 속성을 가지므로 공공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재화의 유형
재화와 서비스는 두 가지 기준 - ① 경합성(rivalry)이 있는가? 즉 어떤 사람이 소비할 때 다른 사람의 소비량이 영향을
받는가? ② 배제성(excludability)이 있는가? 즉 어떤 사람이 소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가? - 에 의해 크게 네 가지로 분
류됩니다.
아이스크림이나 옷처럼 경합성과 배제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재화를‘사용재’라 합니다. 누군가가 이들 재화를 소비하면 다른 사람이 소비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들고 정해진 액수의 돈을 내지 않으면 소비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재화와 서비스는 사용재입니다. 사용재와는 달리 경합성과 배제성이 모두 없는 재화와 서비스를‘공공재’라 합니다. 공공재의 경우에는 어떤 한 사람의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비를 방해하지 않으며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소비하는 것을 막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국방서비스의 경우 어떤 사람이 국가안보로부터 혜택을 누린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혜택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또한 국민이면 모두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공공재이지만 소비과정에서 경합성 또는 배제성이 나타나는 재화와 서비스도 많이 있습니다. 소비에 있어 배제성은 없지만 경합성이 존재하는 경우를‘공유자원’이라고 합니다. 바닷속의 물고기를 생각해 봅시다.
바닷속 물고기는 배제성이 없습니다. 어부들에게 일일이 요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어부가 물고기를 잡으면 그만큼 다른 어부들이 잡을 수 있는 물고기가 줄어듭니다. 즉 바닷속 물고기는 경합성이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경합성은 없지만 배제성이 존재하는 재화와 서비스는‘자연독점’의 특성을 갖게 됩니다. 자연독점이란
규모의 경제로 인해 생기는 독점으로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평균비용이 감소합니다.
좋은 예로 전기를 들 수 있습니다. 전기를 생산·공급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일반적으로 전기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평균비용이 줄어듭니다. 전기는 요금을 내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배제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전기를 소비할 때 다른 사람의 소비가 영향을 받을 만큼 전기의 양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즉 전기의 소비에는 경합성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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